요즘은 물건을 사기 전, 거의 모든 사람이 검색부터 한다.
리뷰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커뮤니티의 후기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괜찮다’고 느낀다.
그런데 가끔은 이상하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제품이 과연 내가 필요해서 찾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좋다고 해서 ‘좋은 것 같아진’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타인의 소비를 목격한다.
SNS는 그 자체가 전시의 공간이고, 유튜브는 소비의 끝없는 피드백 루프다.
누가 뭘 샀는지, 어떤 걸 추천하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꾸리는지
너무도 쉽게, 너무도 자주 마주한다.
그리고 그런 정보는 언제나 반짝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걸 사면 나도 그 사람처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고,
그 공간, 그 분위기, 그 기분을 함께 가져올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문제는,
그 소비가 나에게 맞는가에 대한 질문은 대개 맨 나중에 한다는 점이다.
사고 나서야, ‘내가 진짜 이걸 원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묘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타인의 소비를 보고 나서 갖는 감정은 비교에서 온다.
비교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것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자신의 기준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비교는 대개 외부 기준에 나를 맞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다들 저 제품을 쓰네?”
“요즘은 저 브랜드가 유행인가 봐.”
“내가 쓰는 건 이제 좀 촌스러운가?”
이런 감정들은 소비로 이어지기 아주 좋은 자극이 된다.
‘필요’가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소비는,
일시적인 만족을 줄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반대로, 선택은 감정보다는 구조에 가깝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이 물건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를 스스로 점검하고
‘고른다’는 감각을 기반으로 한 소비는, 만족감이 더 깊고 오래간다.
비교는 타인을 향하고, 선택은 나를 향한다.
우리는 그 둘 사이를 오가며 소비를 반복하지만,
의식적인 전환을 하지 않으면 늘 타인의 기준에 끌려다니는 소비만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으로 소비를 바꿀 수 있을까?
첫 번째는, 기준을 기록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 내가 소비를 통해 얻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
– 내 삶에 반복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일시적인 욕망은 무엇인가?
– 지금 내가 선택하려는 소비가 어떤 ‘가치’를 포함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매번 하기는 어렵지만,
한 번이라도 시간을 들여 써보면, 스스로 놀랄 만큼 기준이 명확해진다.
그 기준은 이후의 소비 판단에서 나침반처럼 작용한다.
두 번째는, 타인의 소비와 거리를 두는 연습이다.
‘이런 건 자주 본다’는 이유만으로 사고 싶어질 때,
그게 익숙함 때문인지 진짜 욕망인지 구분해보자.
SNS 피드나 쇼츠를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꽤 많은 소비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는, 실제로 써본 것들에 대한 만족도를 복기하는 것이다.
충동적으로 산 제품이 얼마나 유용했는지,
오랫동안 고민해서 산 물건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를 비교해보면
‘잘 산 소비’가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감이 온다.
그건 다른 사람의 리뷰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내 삶의 데이터다.
우리는 모두 소비자다.
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의 소비에 반응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자신의 리듬을 기준 삼아 소비를 선택한다.
전자는 늘 조금 늦다.
유행을 좇아가느라 지치고, 다음 소비를 기다리느라 불안하다.
반면 후자는 덜 사지만 더 오래 쓰고,
자주 후회하지 않으며,
물건 하나를 통해 자기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간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아직 완벽한 소비자는 아니다.
좋아 보이는 것 앞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고,
비교의 늪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정신 차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소비를 통해 ‘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내 소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비교에서 선택으로 넘어선 아주 큰 전환일 것이다.
– 타인의 소비는 쉽게 비교심리를 자극하며, 기준 없는 소비를 반복하게 만든다.
– 비교가 감정이라면, 선택은 구조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 잘 소비한다는 것은 결국 나만의 리듬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기준으로 물건을 고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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